일 잘하는 팀을 만드는 다섯 가지 아이디어 (2)
디지털 정글을 견뎌내는 팀워크를 위하여
이 글은 일 잘하는 팀을 만드는 다섯 가지 아이디어 (1)에서 이어집니다.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앞선 글에서는 완벽함보다는 빠른 실행(Bias toward action), 멀티태스킹 대신 무자비한 집중(Ruthless Prioritization), 그리고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한 지나칠 만큼의 소통(Overcommunication) 이라는 세 가지 아이디어를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팀워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두 가지 아이디어에 대해 다룬다.
4. 비난 없는 실패와 명확한 오너십 (Blameless Culture & Clear Accountability)
일 잘하는 팀은 실패했을 때 개인을 희생양으로 삼지 않고, 그 안에서 배울 점을 찾아 시스템을 고치는 데 집중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구글의 '포스트모텀(Post-mortem)' 문화다. 대형 사고가 터져도 패닉 없이 엔지니어와 리더십이 합심해 사태를 수습한 뒤, 과정을 낱낱이 기록해 공유한다. 이 문서의 목적은 "누가 잘못했는가"를 찾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왜 문제가 발생했고, 어떻게 재발을 막을 것인가"를 논의하는 데 있다. 수습하고 문서화하되,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난이 없다고 책임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명확한 오너십'이 필수적이다. 책임이 불분명하면 아무도 나서지 않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를 막기 위해, 건강한 팀은 본인의 과실이 아니더라도 포스트모텀 작성에 자원하는 것을 오너십의 발현으로 인정한다.
이러한 문화가 팀에 가져다주는 장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 심리적 안전감: 실패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비생산적인 소모전이 사라진다. 이는 누구나 징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계산된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
- 책임에 대한 재정의: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수습하는 태도("owning your mistake")가 멋진 행동으로 재평가 받는다. 스스로 포스트모텀을 주도하는 모습이 '무능력의 낙인'이 아니라 반복된 실패를 끊어내려는 용기 있는 리더십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 지식의 투명한 공유: 뼈아픈 수습의 기록은 부끄러운 반성문으로 남기보다는, 팀 전체의 도메인 지식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귀중한 자산이 된다.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혁신에는 때때로 실패가 따름을 인정하고, 예기치 않은 사고에 성숙하게 대처하는 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5. 못된 천재는 필요없다. ("No Jerks" Policy)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못된 천재'를 팀에 남겨두어야 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무례한 능력자'를 은연중에 용인하기 시작하면, 팀워크에는 서서히 보이지 않는 금이 간다. 은근한 무시와 편 가르기, 정보 독점, 나아가 동료의 실패를 유도하는 병적인 행위가 만연해진다. 이런 '못된 천재'들은 앞서 강조한 스워밍 협업 모델을 혐오한다. 철저히 고립되어 혼자 일하는 것을 즐기며, 스스로를 거대한 정보의 병목 한가운데에 둔다. 전체적인 업무 흐름과 과정을 자기 입맛대로 통제하고 자신의 업적을 과장하려 하기 때문이다.
당장의 성과가 급하다는 이유로 이런 치명적인 독성을 방관했을 때, 결국 조직이 나중에 치르게 되는 대가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 팀의 성과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못된 천재'의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150%와 50%를 오가는 아웃풋을 내는 팀보다 80%의 퀄리티를 약속된 시간에 안정적으로 딜리버리하는 팀이 파트너 입장에서는 훨씬 가치 있다. 불필요한 '서프라이즈'가 없기 때문이다. 예측할 수 없는 팀은 곧 신뢰를 잃고 파트너의 자리에서 밀려난다.
- 사람들은 떠나고 매니저는 지쳐간다. 잘 돌아가는 팀의 근간에는 누구나 안심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이 있다. '못된 천재'가 지배하는 환경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은 팀을 떠나기 시작한다. 매니저는 팀원들 간의 갈등 수습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하고, 또 빈자리를 새로 채우는 데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된다. (관련 포스트: 갈등통역기)
- '못된 천재'들에게 과도하게 의존했던 만큼, 이들이 떠날 때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어떻게든 떠나는 결말이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다. 단기적인 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독소를 빠르게 제거한 후 팀의 문화를 정상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그 천재의 코딩 실력이나 도메인 지식이 감히 업계 최고 수준이라 할지라도, 그 1인 때문에 팀 전체가 서서히 병들며 상위 조직 전체의 성과에 까지 큰 타격을 입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았다. 걷잡을 수 없는 미움과 증오가 뿌리내리기 전에 빠르게 도려내는 것이 건강한 팀워크를 지켜내는 정답이다.
마치며
실행에 방점을 두고, 무자비하게 집중하며, 투명하게 소통하는 것. 실패를 비난의 대상이 아닌 배움의 기회로 여기고, 팀을 망가뜨리는 독소에는 단호하게 선을 긋는 것.
이 다섯 가지의 아이디어들이 한국의 기업 환경에 얼마나 현실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지는 확실히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들을 꿰뚫는 본질은 실무와 동떨어진 거창하고 추상적인 "실리콘밸리에서 온 초미래 경영 전략" 따위가 아니라, 그저 '오직 성과의 속도와 품질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팀원들을 보호하는 문화의 정립'이라 생각한다.
AI가 모든 것을 무서운 속도로 먹어치우는 오늘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날로그적인 팀워크의 본질과 가치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서로 등을 맞대고 단단하게 뭉친 팀만이, 갈수록 예측하기 힘들어지는 디지털 정글에서 살아남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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